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속세 개편 논의 - 배우자 상속세 폐지

머니아카이브 2025. 3. 12. 11:24

정치권이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배우자는 아예 상속세를 없앤다는 뜻으로 "배우자 상속세 폐지"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만, 엄밀히 말하면 배우자 상속공제 한도를 폐지하는 것입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보겠습니다.

상속세 개편 논의 - 배우자 상속세 폐지

 

1. 배우자 상속공제 리마인드

앞선 포스팅에서 상속세 과세표준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살펴봤습니다(상속세의 계산구조(2) - 상속세 과세표준).

 

상속세의 계산구조(2) - 상속세 과세표준

안녕하세요, 오늘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이어서 상속세 과세표준의 계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과세표준?과세의 대상이 되는 물체, 행위 또는 사실을 과세객체 또는 과세물건이라 합니다.

tax-for-rich.com

 

간단히 다시 설명드리면, 상속세 과세표준은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각종 상속 공제를 뺀 금액으로서, 세액 산출의 기초가 되는 금액입니다. 이때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상속공제 중에서는 배우자 상속공제가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으로 가장 공제금액이 큽니다. 그래서 상속세 절세 방법으로 자주 활용되곤 했는데, 이번 논의는 최대 30억 원으로 정해놓았던 배우자 상속공제의 한도를 폐지한다는 것입니다.

 

2. 한도 폐지의 이유?

얼핏 들으면 '배우자한테는 원래도 상속공제를 30억 원이나 해주다가 이제는 한도없이 해준다고? 너무 과한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배우자에 대한 상속과 자녀에 대한 상속은 조금 달리 보아야 합니다. 배우자에 대한 상속은 "부의 세대 내 이전"이고, 자녀에 대한 상속은 "부의 세대 간 이전"이기 때문이죠.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깝습니다. OECD 회원 38개국 가운데 유산세 방식으로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같은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미국, 영국, 덴마크는 배우자에게 상속되는 재산을 '부의 수평이동'으로 보고 과세하지 않습니다. 부의 세대 내 이전은 부의 대물림과 크게 관련이 없으니 그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는 것이죠.

 

헌법재판소는 배우자 상속공제에 대해, '배우자 간 상속은 세대 간 이전이 아니고 수평적 이전이므로 이를 감안하여 상속재산 중 일정 비율까지는 과세를 유보한 후 잔존배우자 사망 시 과세하도록 하는 이른바 '1세대 1회 과세원칙'과 잔존배우자의 상속재산에 대한 기여인정 및 생활보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헌법재판소 2012. 5. 31.자 2009헌바190 전원합의체 결정).

 

위와 같은 취지를 강조한다면 배우자 상속공제의 최대 한도를 폐지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배우자에게 상속되는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 결과를 만드는 것도 타당성이 있습니다.

 

3. 배우자 상속공제 한도 폐지의 효과

앞으로 배우자에게 재산을 상속할 경우 상속세를 내지 않습니다. 다만, 현행 상속세는 총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액을 계산한 다음 법정 상속분에 따라 상속인들에게 세액을 부담시키는 '유산세' 방식이기 때문에, 배우자가 "전부" 상속하는 경우에만 상속세가 면제됩니다.

 

그리고 이후에 배우자가 사망해서 비로소 자녀들에게 상속이 이루어질 때에는, 공제금액이 가장 컸던 배우자상속공제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상속세 부담이 오히려 더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도 같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유산취득세 도입도 같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 이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5/03/07/WM7V2JVUYVEHFELXV75N6XF7UA/)

 

“상속세, 각자 받은 만큼만 내게 하자”

상속세, 각자 받은 만큼만 내게 하자 당정, 유산취득세 도입 추진

www.chosun.com

 

그렇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곧바로 이루어지기는 힘듭니다. 자녀가 얼만큼 상속을 받았는지를 파악해서 그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방식인데, 이를 위해 상속인들의 개별 상속재산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하고, 그에 맞게 실무도 변경해야 하는 등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4. 배우자 상속세 폐지는 초부자 감세?

일부 언론에서는 배우자 공제만 늘릴 경우 실제 상속세 부담이 줄어드는 대상은 자산 상위 0.1% 초고액 자산가에 한정된다며 개정 방향을 비판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부의 수평이전에 대한 과세는 원래부터 그 필요성이 적은 것이었습니다. 불필요한 과세를 없애는 방안에 대해 그 적용대상이 부자들이니까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부자감세라는 프레임에서 한발짝 물러나서 공평과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