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 세법

세금은 왜 존재하는가?

머니아카이브 2025. 5. 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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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금의 당위성

세금하면 항상 인용되는 말이 있다. 밴자민 프랭클린의 "사람이 태어나서 죽음과 세금은 절대 피해갈 수 없다"는 말이다. 그만큼 세금은 당연해 내야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상 세금은 계속 존재할 것이며, 설령 국가가 없더라도 인간이 집단을 이루고 사는 이상 세금(또는 그에 상응하는 것)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세금의 필요성만으로 국민, 즉 납세의무자들에게 세금을 무조건 부과할 수는 없다. 그들에게 세금의 당위성을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납세의무자들은 자신의 근로 또는 사업의 대가로 얻은 소득의 일정 부분을 내어주는 것에 큰 반발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세금을 어떻게 계산하고 납부하는지 외에 세금을 왜 납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듯 하다.

 

세금의 당위를 설명할 필요를 느끼고, 이에 대해 하나씩 생각을 정리해보려 한다.

 

세금은 왜 존재하는가?

 

2. 세금이란 무엇인가?

소득이 생기면 소득세나 법인세를 내야 하고, 소비를 하면 부가가치세 등을 납부해야 한다. 재산을 취득하면 취득세가, 보유하면 재산세가, 처분하면 양도소득세가 문제된다. 이렇게 비교적 친숙한(어디에서 한번쯤은 들어본) 세금 외에도 환경세, 레저세, 지역자원시설세와 같이 생소한 세금도 많고, 건강보험료나 개발부담금과 같이 세금 아닌 세금도 존재한다. 만약 국제거래에서 세금이 문제된다면 나라 간에 누가 얼만큼 과세할지도 문제된다.

 

이렇게 어떠한 경제활동에서 무조건 문제가 발생하는 세금은 대체 무엇인가? 헌법재판소는 세금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수요를 충족시키거나 경제적·사회적 특수 정책의 실현을 위하여 국민 또는 주민에 대하여 아무런 특별한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으로 부과징수하는 과징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0. 9. 3. 89헌가95 결정). 과징금이라는 표현은 적절해보이지 않지만, 세금의 주요 요소를 정리하면 1)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2) 강제적으로, 3) 재정수요 충족이나 경제적·사회적 특수정책의 실현 목적으로, 4) 국가 또는 지자체의 구성원에 부과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세금이란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지방, 주, 연방정부가 일반 정부 서비스, 상품, 활동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징수하는 의무적 납부금 또는 부담금이다"라고 정의한다(Moore v. United States, No. 22-800, (U.S. June 20, 2024)). 즉, 세금이란 국가나 지방정부의 지출을 위해 개인이나 기업에 강제적으로 부담시키는 금원이다.

 

세금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가의 재정수요 충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세금은 국가의 재정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반대급부 없이 법률에 규정된 요건에 해당하는 모든 자에 대하여 일반적 기준에 의하여 부과하는 금전급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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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세국가의 형성

앞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세금은 국가의 재정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걷는 돈이다. 즉, 국가라는 거대한 기계를 돌리기 위한 연료가 곧 세금이다. 세금이 없다면 국가도 없다. 독일식 용어로는 '조세국가(Steuerstaat)'이다. 역사적으로 조세국가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살펴보자(이창희 교수님의 세법강의 책을 참조하였다).

 

이는 결국 근대 봉건사회가 어떻게 자본주의 사회, 근대 시민사회로 바뀌었는지의 문제이다. 중세 봉건사회에서 왕은 땅에 대한 대가(지대)를 받았다. 그러다 중세말기에 들어서면서 장원제가 무너지고 중앙집권적인 근대 국민국가가 나타난다. 각 지역마다 봉건 영주들이 있고 장원으로 나뉘어져 있던 유럽사회는 기술의 진보를 통해 지역통합의 길로 들어선다. 생산력이 올라가면서 잉여생산물을 교환하게 되고, 교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의 통합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지역이 묶이기 시작하고 장원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묶인 것이 소위 근대 국민국가이며, 오늘날의 세계화와 본질이 동일하다.

 

근대 국민국가로 넘어오면서 지역이 통합되었고, 여러 지역의 지배자들 중에서 강한 자가 왕이 되었다. 평화롭게 투표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통해 이기는 자가 왕이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강한 군대가 필요하고, 강한 군대를 만드려면 돈이 필요하다. 지역의 영주들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땅을 팔았고, 그 땅을 산것이 기술의 진보에 따라 부를 축적한 신흥 계급인 근대 부르주아들이다. 영주들 중 승자는 왕이 된다. 그러나 땅을 다 팔아버렸으니 더 이상 지대를 걷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국가는 유례없는 강력한 힘, 중앙상비군을 얻었다. 즉, 강제력을 행사하여 세금을 얻을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왕은 이 힘을 사용해서 국가를 운영할 돈을 모으기 시작했으니, 이것이 지대가 세금으로 바뀐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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